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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 News/🖼️ Exhibition Reviews

게임사회 전시회 리뷰 : 게임과 예술

게임과 예술이라는 토픽에 생각보다 많은 아티클과 저널이 있어서, 이들을 읽는 데에 꽤나 시간이 걸렸다. 게임과 예술을 결합한 전시는 단연코 오래된 전시의 일종이 아니다. 게임은 IT기술의 산물이기에 비교적 최신의 것이라고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의 역사를 파고들자면 약 50년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세기를 살아가는 것 조차 어려운 인간에게 반세기란 꽤나 긴 시간이리라. 새롭지만 예전의 것인 게임의 특성을 반영한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퓨처리스틱하지만 동시에 복고로의 회귀를 표현하고 있는 포스터와 함께 전시회 리뷰를 시작해보고자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게임사회 전시 포스터

미술관의 게임 수집

상당히 놀랐던 점은 전시회에서 전시되고 있는 게임들은 미술관의 작품으로서 수집된 게임들이라는 것이었다. 단순히 개인이 단종된 콘솔기기와 게임을 수집하는 범위를 넘어서서, 미술관이라는 단체가 게임을 수집한다는 것에는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과 예술품은 둘 다 그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 가치에 의의가 있기에 수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기때문에 흥미로운 것 같다. 또한 이 둘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희귀성이 극대화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시판된 게임의 CD나 기기 등의 작은 범주가 아니라, IP나 저작권까지 포함하여 게임 자체를 소유한다는 것은 개인컬렉터가 소유하기에 어려워보이기에, 미술관이나 단체가 게임을 수집하는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절차라고 생각된다.

 

게임과 예술의 결합 형태

게임과 예술을 결합한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뉠 수 있는 것 같다.

1) 예술적인 게임 -> 게임이라는 형태에 포커스를 맞추어 플레이하는 동안 예술적인 의도를 느끼도록 한 게임 (인디게임 등이 속하겠다)

2) 게임의 요소를 따온 예술품 -> 게임의 플레이적 요소, 비주얼 등을 활용한 오브젝트나 퍼포먼스 등

3) 그 둘의 범주에 둘 다 속하는 무언가 -> 콘솔기, 보드게임의 오브제 자체에 집중한 게임 등

이번 전시에서는 미국의 MoMA와 스미소니언 미술관이 소장한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거나, 위의 1, 2번에 속하는 작품들을 전시해두었다. 개인적으로 3번이나 혹은 4번에 부합할 새로운 장르가 있을지 궁금했던 전시였지만, 아쉽게도 새로운 형태의 융합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전시였다.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 예술은 게임이 될 수 있는가?

게임과 예술을 결합한 테마에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의 의견을 먼저 말하자면, 어느 쪽이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논하기 위해서는 예술의 정의(개인의 식견을 바탕으로 한)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예술은 그 형태나 내용에 한계가 없으며, 의도에서 생겨난 미학을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행위나 형태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범주 자체가 가변적이고 한계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 범위에는 게임이 포함되어도 무방하다. 아름답다거나 비주얼적으로 쇼킹한 작업물들만이 예술이 아니듯, 때론 약간의 폭력성과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들도 예술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중의 인식과 이러한 개인의 생각에는 큰 거리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사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소장된 게임들이 마치 하나의 조각 오브제처럼 벽면에 위치하여 플레이될 수 있도록 큐레이팅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전시는 게임은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기획된 것 같았다.

 

전시된 게임

팩맨, 헤일로, 포탈 등 게임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모니터와 콘솔기를 벽에 걸어두었는데, 개인적인 공간에서 게임의 묘미를 느끼는 것과 공개된 곳에서 다음 사람의 눈치를 보며 플레이하는 게임의 속성은 분명 다를거라는 것이 잘 고려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람한, ‹튜토리얼: 내 쌍둥이를 언인스톨 하는 방법› 작품은 예술의 속성을 살린 VR게임이었고, 이를 위한 체험존이 따로 마련되어있었다. 이는 총 6명의 사람만이 예약된 시간에 체험해볼 수 있었던 형태였는데, 혼잡을 줄이기 위해 예약제를 실시했으나 오히려 작품을 감상하지 못하게 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남는 전시였지만, 이번 게임사회 전시로 게임과 예술이라는 관계성에 대해 대중의 인식이 약간의 전환을 맞이하면 좋겠다. 국내에도 이러한 전시가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램으로 짧은 전시 리뷰를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