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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 News/🖼️ Exhibition Reviews

폼페이 유물전 후기

 

지난 토요일 더현대 서울에서 전시중인 폼페이 유물전에 다녀왔다. 이번으로 더현대 서울 전시장은 두 번째 방문하는게 되는건데, 사실 첫 번째의 방문경험 (다비드 자맹전)이 좋지 않아서 걱정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나였다.

 

공간의 부재

전시회장에 비해 전시물품이 너무나도 빼곡하게 배치되어있었고, 특히 입구에서부터는 동선을 잘 고려하지 못한 듯 양 옆의 텍스트 정보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전시물품이 많으면 볼 게 많아서 좋은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이 가품이었던지라 사실상 작품의 디테일을 보긴 어려운 상황이었던지라 작품이 많아 봤자 감상에 큰 의미를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 좁은 텍스트 정보 - 전시품 간의 간격이 빼곡한 줄과 동선을 만들었다. 주말이었던지라 사람이 많았고, 거기에 전시회 특성상 어린이들이 많이 방문해서(유물류는 현대예술보다 방문객들의 데모그라피 폭이 넓다) 더욱더 혼잡스러웠다. 전시는 폼페이의 부유층 집안을 정원부터 거실-식당-부엌 순을 통하여 구경하듯이 짜여졌다. 전시 초반에는 폼페이의 생활양식보다는 그리스 신화의 내용이 더욱 많았고, 내용또한 심화적인 단계까지 다루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복제품의 의의

요즘 전시의 트렌드는 참여형이다. 원본을 전시하지 못하는 환경이거나, 변형/훼손의 위험이 있으면 복제품을 활용해서라도 관객들에게 '경험'을 줄 수 있도록 기획하는 쪽이 대세라는 뜻. 아무리 유물의 복제품또한 훼손의 위험이 있다곤 한들, 좁은 프로텍트 라인이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지도 못하는 환경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어린 관객들이 많은 만큼, 안전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유물(복제품)을 직접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하는 컨텐츠가 있었더라면, 그들에게는 더욱 뜻깊은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몇 센티 안 되는 거리에서 멋대로 만지려고 하다가 오히려 발생하는 위험 상황은 다른 사람들도 불편하게 한다.

 

디테일의 결여

전시회장 내에 아직도 페인트나, 건축 자재의 냄새가 진하게 베여있었다. 화학품 냄새에 전시장 입구부터 매우 불쾌한 경험을 겪었다. 또한 전시 마지막에 자랑스럽게 배치해둔 영상&조각품은 한숨이 나왔다. 화려한 폼페이의 문명이 한 순간에 대자연의 힘에 의해 무너지는 디지털 그래픽적인 연출을 영상매체로 보여주었는데, 영상매체의 퀄리티가 저조한 것은 물론 용암에 뒤덮히는 연출이 나왔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전시가 폼페이의 화려한 문명 & 하루만에 멸망해 버린 스토리에 강조하는 것 보다는, 당시의 사회구조나 시스템에 집중하거나 유물들이 추후 역사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와 연관지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